공간과 마음, 생각
인간의 생각과 마음은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시각적인 정보에 따라, 행동이나 생각이 변한다. 시각뿐 아니라, 소리, 냄새 등 모든 감각은 생각을 전환시킨다. 그래서 카페는 보통 소개팅을 하고, 데이트, 업무상 미팅을 하는 장소가 된다. 분위기 좋은 카페나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행을 가는 것도,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반복되는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다. 그걸 휴식이라고 한다. 단지, 인간이 시각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얻게 되므로, 시각적 공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다른 감각도 영향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시간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후각, 청각, 촉각이 곤두선다. 어두운 곳을 걸어갈 때, 느낌이나 생각을 떠올려보아라. 작은 소리에도 놀라기도 하고, 온통 주변을 경계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내가 원치 않아도, 그렇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고, 그것을 두려움이다. 그래서 보통 낯선 것은 피하려고 한다. 익숙한 것에 끌리고, 그렇게 고정된 시각에 빠지기도 한다. 어둠 속에 무엇인가 있을 때, 사람이나 귀신이라 착각하는 것도 사람의 형태로 인지하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그냥 큰 바위였는데도 말이다. 자동차의 앞이나 뒤태를 보고, 사람의 얼굴처럼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굳이 AI로봇을 인간형으로 개발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익숙한 것에 끌린다. 뇌가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다. 무엇인가 인지할 때, 시냅스를 통한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병렬적으로 여러 가지 신호가 발생한다. 그것들을 종합해서 판단을 한다. 고양이, 개, 물고기, 고래 등을 보여주고 공통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것도, 동물을 보았을 때 반응하는 시냅스가 있기 때문이다. 어둠 속의 바위를 인지할 때 비슷한 전기신호가 흐르면, 뇌는 그것을 비슷한 무엇인가로 착각하게 된다. 특히 몸이 약해져 있거나, 방금 놀란 상태 거나 하는 등 심신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 더 자주 착각하게 된다. 그렇게 두려움은 바위를 귀신으로 둔갑시킨다.
시간과 마음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 생각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관련된 뇌가 활성화되어 있다. 시냅스가 더 많아진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떤 일에 달인이 되기도 한다. 공부를 통해 지식을 쌓기도 한다. 사람과 익숙해져,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한번 하는 것보다는,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뇌에 남게 된다. 상황에 따라 마음에 남았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마음은 가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와 호르몬의 작용이다. 심장보다는 머리에 있다. 단지 관념적으로 심장은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습득한 언어의 영향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망각
망각은 무념이 아니다. 물론 상처, 사고에 의한 충격으로 기억상실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벽에 박치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해서 기억상실이 일어난다 해도, 내가 원하는 부분에서 망각이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생뚱맞은 다른 것을 잊게 된다. 특히나 무엇인가를 잊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 기억나게 한다. 어떤 식으로 해도 잊어지지 않는다. 그 생각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렇다. 생각이란 함정에 빠진 것이다.
망각은 무관심에 가깝다. 어제까지 중요했던 존재에 갑자기 무관심하기 쉽지 않다. 그것이 사랑과 추억이라면, 연인이라면 더 힘들다. 방법이 없는 걸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 생각 전환을 빠르게 하는 것이지, 멀티태스킹이 아니다. 잊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선 시각적으로 변해야 한다. 머리를 자르는 것도 좋다. 내 모습이 바뀌는 것이다. 그것도 공간이 변하는 것과 같은 시각적 변화이다. 적어도 거울을 볼 때마다, 이전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집구조도 바꾸는 게 좋다. 프사도 바꾸고,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특히 추억이 있는 것들은 다 바꿔야 한다. 그런 상태로 시간이 흘러야 한다. 습관이 되고, 뇌가 변할 시간이 필요하다. 기억의 지분이 완전히 0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이 흐르면, 0에 수렴할 수 있겠지만 0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기억들로 덮어서,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으라는 말도, 이런 의미다. 내 머릿속에 다른 것들이 차지하면서, 기존의 것이 줄어드는 것이다. 시공간을 바꾸는 것이다. 그럼 생각이 바뀌고, 늦어도 한 달 정도면 많이 괜찮아질 거다. 방에 혼자 틀어박혀 있으면, 거기서 못 벗어난다. 방 구조를 바꾸던지, 방에서 나와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출퇴근을 평소 가지 않는 길로 가는 것도 좋다. 이 방법은, 출근하기 싫을 때 써도 괜찮다. 다소 돌아가더라도,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울고 있다면, 당장 밖으로 나가라. 혼자는 위험하니, 친구 불러내라. 이럴 때 서로 도움 되려고 친구인 거다.
다투어서 감정에 매몰될 때
싸우거나 원치 않는 상황일때, 도망치듯 내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도망쳐서 도달한 곳에 낙원은 없지만, 근처 놀이터 등으로 나도 모르게, 이미 가 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간다. 이것도 공간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그 이후에 조금 차분해진다. 이게 나쁜 게 아니다. 다툼이 있을 때 이런 방식도 인정해 줘야 한다. 그래야 가라앉히고,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흥분상태에서는 실수하기가 쉽다. 이런 식의 자신만의 공간이 있는 것도 좋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이런 공간은 도움이 되곤 한다. 필자는 신림역과 구로역 사이에 있는 도림천을 자주 갔었다. 지금은 너무 멀어서 못 간다. 하지만 가끔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 지금은 테마공원으로 바뀐것 같다. 공원보다는 약간 폐쇄적인 느낌이 좋았었다. 내겐 그런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닌데, 제법 한적했었다. 감정에 빠져서 힘들다면, 이런 장소로 이동해라. 때론 산책하듯, 때론 우사인볼트처럼 내달려라. 그리고 상대방이 그렇게 내달려 도망가면, 잠시 시간을 내줘라. 상대방뿐 아니라, 나도 잠시 멀어져, 감정을 추슬러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실수를 줄이고, 서로를 위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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